뭉게뭉게 떠다니는 생각 잡기

2024-03-09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쾌감

눈 부시도록 빛나는 2024. 3. 10. 11:11

 
갑자기 두 시간의 자유 시간이 생겼다.

집에 가는 길에 즉흥적으로 카페에 들어갔다.
따뜻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전자책을 읽었다. 
적당히 가벼운 책을 읽고 싶었다. 굳이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요새 베스트셀러 섹션에서 자주 보았던 '메트로폴리탄의 경비원입니다'를 골랐다.
 




화려한 직장인 뉴요커의 생활을 하다가 형의 죽음 이후로 가장 단순한 일을 시작하여 제 인생의 2막을 연 경비원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슬픔을 자신 만의 방식으로 다스리기 위해 과거 예술의 위대함들이 남아있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일을 시작한다.
 
요새 들어 내가 이 회사에서 얼마나 일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나를 그 때까지 회사에서 일할 수 있게 해줄까?
나는 그에 맞게 받는 돈에 준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연차에 맞는 전문성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을까?
 

혹시 자의든 타의든 내가 이 회사에서 일을 못하게 된다면그래서 나에게 제 2의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면 지금의 일보다는

조금은 덜 복잡한 일을 하고 싶다.
보람된 혹은 굳이 보람되지 않아도 나의 마음이 편안한 일을 하고 싶다.
 
어쨌든 갑자기 생겨버린 혼자만의 책 읽는 시간이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눈이 아프면 벽을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는 문득 아무것도 하지 않고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 이 순간이 너무나 좋아서
갑자기 벅찬 감정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 심심함이 쾌락을 가져다주는 것은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그동안 나는 나를 잘 몰랐던 거 같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외동이었기에 혼자 있던 시간이 많았기에 굳이 만들지 않아도 혼자 있던 시간이 많았었고
혹은 그런 환경으로 내가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지만
회사에서도 출퇴근길에도 집에서도 복작복작 사람이 늘 곁에 있어서
나는 요새 혼자 있고 싶은 순간이 많아진다.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을 나지만
요새는 혼자 밥먹고 싶을 때도 생기고
혼자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싶기도 하고
밤에 노란 조명 하나 켜두고 침대에 덩그러니 나 혼자만 누워있고 싶기도하다.
 
이건 비단 나의 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러할 것이다.
MBTI의 성향을 따라 사람은 잠시라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들에 맞춰 나를 억누르거나 맞춰가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나의 감정에만 집중할 수 있는...
 
앞으로 나를 위해서라도 의도적으로 이런 시간을 자주 만들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