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게뭉게 떠다니는 생각 잡기

2024-03-28 또 다시 시작하는 발레

눈 부시도록 빛나는 2024. 3. 29. 00:00

스케쥴에 변동이 생겨 발레 학원을 회사 근처로 옮기게 되었다.
새로운 발레학원에서 새로운 선생님에게 배울 때마다 나는 발레를 늘 처음 대하는 사람마냥 새롭게 배운다.
새 학원의 원장 선생님은 호흡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하셨고, 첫 수업부터 호흡을 연습시키셨다.

지금까지 나는 바워크를 할때면 온 몸에 힘이 들어가고 호흡을 하지 않아 순서가 끝나자마자 호흡을 몰아쉬었으며, 턴아웃을 할때도 허벅지 통증이 있고 온 몸이 뻐근했다.
이 호흡법을 이해하고 연습하고 나서 나는 몸 판을 더 가늘고 길게 세울 수 있는 방법을 깨달아가고 있다.

그동안 내가 배웠던 것과 달랐던 점들, 아니 내가 기존에 들었던 설명들이었지만 새로운 관점으로 다르게 설명해주시는 덕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1. 장요근의 위치

나는 골반쪽 근육이 장요근이라고 알고 있었다.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책과 해부학 관련 앱을 통해 보여주신 바에 따르면 장요근은 골반에 위치하긴 했지만 그 시작은 횡경막 바로 밑이라 알려주셨다.
예전에 ‘발레 자세 교정 핸드북’이란 책에서 다리가 명치부터 시작한다고 상상하며 제떼나 탄듀를 하라고 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그 책에서 묘사했던 명치가 바로 장요근의 시작점이었던 것이다.
내가 알고있던 골반 부근의 장요근만 늘리는게 아니라, 배꼽 근처의 장요근 부위부터 늘려야 했던 것이다.
그래야 선생님들이 말씀하시곤 했던 다리를 길게 뻗어낼 수 있다.
나는 전반경사가 심한 체형이다. 흔히 말하는 오리 궁둥이.
내 체형이 이렇다는 것은 고등학교 때 처음 알았는데, 고등학교부터 지금까지 이런 체형으로 살아왔으니 중립으로 되돌리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그동안 매번 실패했고, 선생님들한테 가장 많이 지적 받는 부분도 이것이었다.
”엉덩이 집어넣으세요. 배 집어넣으세요.“
호흡과 함께 장요근 전체 근육을 일자로 잡아당긴다고 생각하니 골반이 펴지면서 엉덩이가 들어가고 자연스럽게 배도 들어갔다.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이 나는 장요근이 많이 짧은 것 같다 하셨다.
나를 눕히시고 배꼽 근처 근육을 몇 군데 눌러보셨는데 나는 악 소리를 지를 정도로 아팠다.
그 부위가 원래는 아프면 안되는 부위라고 하시며, 마사지볼로 장요근 스트레칭을 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방법은 간단하다.
엎드려서 배꼽과 골반 사이의 근육들을 마사지볼로 누르고 있으면 된다.
선생님은 한 지점마다 10분 정도 마사지볼을 대고 엎드려 계신다고 한다.
장기가 눌려서 아픈 것 같은 이 묘한 통증이 낯설지만 꾸준히 하면 풀린다고 하셨다.
5번 자세할 떄 거울을 보면 난 늘 엉덩이가 빠져있었고, 그럴때마다 좌절을 하곤했는데 원인이 여기있다고 알게 되니 희망이 보였다.
시간날 때마다 해야지.
이 스트레칭과 호흡법, 이미지 시각화 방법을 한 지 한 달도 안되었지만
발레가 더 편안해지고 라인이 달라짐을 나 스스로 느낀다.




#2. 호흡법
나는 발레할 때는 흉식 호흡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춤출 때 배가 호흡에 따라 나왔다 들어갔다 하면 보기 안좋으니 흉식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골반이 말려 배가 나왔던 터라 선생님들은 계속해서 나에게 배를 집어넣으라 하셨고, 그래서 나는 더 배에 공기를 집어넣어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사실 발레할 때는 복식도 아니고 흉식도 아닌 횡경막 호흡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예전에 어느 요가 수업에서 등으로 호흡한다고 생각하며 등판을 밀어내라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렇게 했을 때, 선생님이 말하는 배꼽까지 공기가 들어가는 들숨이 된다.
횡경막이 내려가는 것이다.
그리고 날숨에는 등 목까지 몸을 수직으로 끌어올린다.
선생님들이 그렇게 강조하던 말들 - 천장에 매달린 인형처럼 머리, 귀를 일직선으로 끌어올리라는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횡경막 호흡으로 숨을 내쉴 때마다 등과 목, 머리를 일자로 올리면 된다.
등은 위쪽으로 올리지만, 반대로 장요근부터 발끝까지는 밑으로 팽팽하게 잡아 당긴다.
이렇게 되면 말린 골반이 펴지고, 배가 판판해진다.
호흡을 통해 이런 시각화를 함께 하며 발레를 하다보니 몸에 큰 힘을 주지 않고도 동작이 자연스러워진다.
가장 큰 변화점은 내가 턴아웃을 하려고 힘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고 호흡을 멈추지 않으며, 그로 인한 바깥쪽 허벅지 통증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긴장하지 않고 발레를 할 수 있는 거구나.

호흡법 하나 바꿨을 뿐인데, 그동안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다리를 뽑아서 들어라’, ’팬티 라인 골반을 펴라‘라는 요구 사항까지 하나씩 해결할 수 있게 된다.




#3. 몸을 늘리려면 호흡을 내쉬기

나는 알론제할 때 호흡을 들이마셨다.
오늘 수업에서는 알론제할 때마다 호흡을 내쉬는 연습을 했다.
호흡을 내쉬면서 등판을 일자로 세우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알론제할 때 호흡을 내쉬면서 등판도 팔도 쭉쭉 늘려주는 것이다.
지금껏 했던 호흡과 반대여서 잘 되지 않았지만, 선생님이 이 호흡법으로 무엇을 연습시키려 하시는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리고 수쓰에서 마무리 동작으로 내려올 때도 호흡을 내쉬면서 등판을 끝까지 세우며 내려온다.
내려온다고 몸을 푸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그 힘을 유지해야 한다.




#4. 점프는 바닥을 미는 힘으로!

제자리 점프를 가장 잘하는 운동 종목은 역도라고 한다.
바닥을 미는 힘이 세서 그 힘으로 제자리 점프를 잘 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발바닥으로 바닥을 밀어서 점프하란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역도 선수를 예시를 들어주시니 점프할 때 다른 이미지를 시각화해보게 된다.
바닥을 그냥 미는 정도가 아니라, 역도 선수가 온 힘을 다해 힘을 주는 것을 상상하며 발바닥으로 바닥을 밀쳐내듯 점프를 했다.
평소보다 높이 제자리 점프가 되더라.
그리고 선생님의 호흡도 함께 하라는 이야기에 정신이 들어 호흡도 같이 해보았다.
반복되는 점프 연습에 감을 잡게 되었고, 지금껏 한 5번 2번 점프 중에 제일 쫀쫀하고 힘있게 했던 것 같다.
기분이 참 좋다.


당분간은 레벨1 수업에서 기본기를 다시 잡으며 원장 선생님의 깊은 가르침을 계속 받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