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게뭉게 떠다니는 생각 잡기

이십대란 무언가에게 사로잡히기 위해 존재하는 시간대다.

눈 부시도록 빛나는 2024. 5. 9. 08:23



이십대란 나이는 무언가에게 사로잡히기 위해서 존재하는 시간대다.
그것이 사랑이든, 일이든 하나씩은 필히 사로잡힐 수 있어야 인생의 부피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다.
- 모순, 양귀자



나의 십대.
당시에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없어도 누군가 좋아할 사람을 찾아 다녔던것 같다.
티비에서 나오는 누가 조금이라도 괜찮다 싶으면,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한다!라고 말하고 다녔다.

내가 좋아하는 마음과 열정을 쏟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를 많이 좋아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던 것일까,
지금 돌아보면 그렇게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왜 나는 남자 아이돌의 이름의 이름 옆에 00 마누라라고 적었을까.

요새 음악 방송을 보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음악 방송에 새로 쏟아져나오는 남자 아이들을 보고
나는 누구를 좋아할거다, 어디 한번 너희들의 매력을 뽐내봐라 라면서
경매장에 나온 매물을 고르는 귀부인들처럼 느껴진다.

그러곤 마음에 드는 가수를 찾으면 덕질을 시작한다.
그들도 과거의 나처럼 누군가에게 열정을 다해 사랑을 퍼주고 싶은 것일 것이다.
이성에 대한 사랑을 배워가는 시기에 깨어나온 본능인지,
사랑이란 감정, 동경이란 감정을 가진 사람이 더 생존에 유리해서 생긴 진화인지 모르겠지만
십대의 소녀들은 인생의 부피를 늘리기 위해
그렇게 사랑을 찾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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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십대.
내가 좋아했던 사람도, 그냥 내가 애정을 쏟고 싶어서 선택한 사람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좋아할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
왜 나는 그렇게 마음이 흔들리고 설레어했을까.
이 문구를 보니 작은 위안이 된다.
나는 그저 누군가에게 사로잡히고 싶어서였다고.

그렇게 아파했던 나의 이십대가 안타까워
나 스스로 그냥 이렇게 말해버리고 싶은 것일 수도 있지만,
누구나 이 시기엔 이런 시간들을 겪는다고 생각하니
납득되지 않았던 나의 과거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