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와의 대화

일류의 조건 (p.289-311)

눈 부시도록 빛나는 2024. 6. 7. 01:06
책을 읽는 행위는 사고와 행동의 폭을 넓히는 데 매우 유효한 훈련법이기도 하다. 책의 기본적인 취지는, 독자로 하여금 저자가 담아둔 생각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편안하게 따라오게 하는 것이다.  .. 독서의 진정한 묘미는 저자의 세계로 자연스럽게 이끌려 들어가 머릿속에서 그 세계를 만끽하는 데에 있다.

 

일류의 조건을 쓴 작가, 사이토 다카시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생각을 담아내려고 이 책을 썼을까?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 책을 한 문단 혹은 한 문장으로 짧게 소개한다면 나는 뭐라고 소개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우리에게 소개해준 뇌과학자는 이 책에서 깊은 울림을 받았고, 이 책에서 말하는 핵심 메시지로 강의도 하셨다. 이렇게 같은 글자들로 이루어진 책을 읽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뻔한 이야기 혹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한다고 넘길 수 있는 메시지를, 뇌과학자는 인생의 큰 지침서로 삼았고 그 골자를 다른이들에게도 공유하며 확장해나갔다.

 

책 한권을 읽더라도 하나의 교훈이나 깊은 깨달음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성공한 것이다. 올 해 내가 몇 권을 읽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한 페이지를 읽더라도 작가의 의도를 곱씹으며, 문장을 또 읽고 또 읽어 나의 생각과 합쳐나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이 세상에는 어느 하나 버릴 게 없다. 책 뿐 아니라 주변의 좋은 사람이나 상황에서도 배울 점이 참 많다. 심지어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조차 배울 것은 있다. 타산지석 -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와 문체와의 상관 관계를 이야기한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에 작성한 소설의 호흡이 더 길어졌다는 것이다. 달리기 뿐 아니라 식사 역시도 글을 쓰는 것을 비롯한 모든 것과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유는 달리기의 기본인 호흡이 모든 행동의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평소 숨을 강하고 길게 쉬도록 훈련하면 사고 또한 강한 점성을 띈다고 말한다. 문장도 길고 짧게 쓰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게 진정으로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바라 볼 수 있는 사고 방식이 신기했다.

달리기, 즉 신체 활동과의 글쓰기 또는 문체와의 상관관계뿐 아니라 음악을 구성하는 리듬도 문체에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하루키는 소설을 쓸 때 많이 들었던 재즈의 리듬과 비트를 '유용'해서 글을 썼다고 한다.

 

일이 잘 풀리거나 중요한 요령을 터득했을 떄의 감각을 되짚어 보면, 자기 몸의 리듬과 템포가 그 일에 최적인 리듬과 템포와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이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신체 리듬과 일의 리듬을 일치시켜 나가는 기술이다.

 

그런 관점에서 나는 어떤 음악을 들을 때, 어떤 신체활동을 할 때 집중력이 최고의 상태가 될까? 내가 좋아하는 잔잔한 팝송과 피아노곡이 될 수 있겠고 - 불안감을 잠재워주는 슈베르트의 송어일 수도 있겠다. 

 

나의 주된 신체 활동이자 활력소인 발레는 나의 문체나 나의 일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단순한 자신감 회복 말고 어떠한 미세한 변화를 가져다주었을까? 최근 발레 기초반에서 배운 새로운 복식 호흡법과 발가락을 펴서 나의 몸무게를 발바닥 전체가 균등하게 지지할 수 있도록 하는 습관, 골반을 세우며 장요근과 중등근에 힘을 주는 새로운 자세들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왔을까?

 

발레와 글쓰기, 나의 일, 육아에 대한 글을 써봐야겠다.

 

 

 

침대에 누워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면 나는 내가 하루를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되돌아본다. 아니, 나의 피곤함의 정도가 판단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내가 계획한 성장형 업무들을 다 처리하거나, 빡빡한 하루 스케쥴을 무사히 소화하고 누웠을 때, 피곤함이 나를 바닥까지 누르다 못해 바닥을 뚫고 저 깊은 곳까지 내 몸을 밀어넣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고단할수록 나의 에너지를 남김없이 썼다는 생각에 나는 묘한 뿌듯함을 느낀다. 그런 나의 마음을 대변하듯, 이 책의 에필로그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에너지의 완전한 연소' ..
에너지를 완벽하게 고갈시키고, 심신에 기분 좋은 피로감이 나른하게 퍼지는 상태..
무슨 일이든 막대한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숙달을 이뤄낸 체험은, 자신 속에 '근거'로 자리 잡는다. 이때 얻은 기술 자체를 이후 다른 영역에서 응용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에너지를 완전하게 연소하게 되면 몸과 마음이 기본 좋은 피로감에 나른하게 늘어진다한다. 나만 느끼는 줄 알았는데 - 이런 체험들이 쌓여 나는 이렇게 에너지를 불태울 수 있는 사람이야, 나는 이렇게 하루하루를 모아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어라고 자신감을 느끼게 된다. 그 자신감들이 쌓여 나의 성장 근거, 성공 경험이 되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