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게뭉게 떠다니는 생각 잡기

2024-01-22 아이 옆에 있어줄 수 있음에 느끼는 행복

눈 부시도록 빛나는 2024. 1. 22. 15:01

#1.
아이가 아파 계획하지 않던 휴가를 사용하게 되었다.
다행히 약을 먹고 조금씩 회복하고 있었고,
잠 자고 있는 아이를 위해 아이가 먹고싶다던 김치볶음밥을 해주었다.
요리에 흥미도 솜씨도 없는 나이지만, 아이가 아픈 와중에 먹고싶다는 무언가가 생겨서 반갑기도 하고, 이거라도 잘 먹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정성을 담아 볶음밥을 만든다.
김치볶음밥이라는게 요리라고 하기엔 거창할 수 있지만, 아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요리가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이틀동안 잘 먹지 못했던 아이가 맛있다며 조금이라도 배를 채울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내가 한 요리를 맛있게 조그만한 입으로 오물오물 먹어주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이 행복함.
이 소중한 시간.
엄마만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
아직까지 귓가에 남아있는 하얀 솜털을 보며 아직 사춘기는 오지 않았음에 내심 안도한다.
사춘기가 자연스러운 것이고, 아이에게 필요한 성장이라는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내 품안의 아이로 오랫동안 있어주면 좋겠다는 욕심.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내 눈엔 아기같다.
아이는 커도 엄마 눈엔 아이라는 말이 맞나보다.

#아이와의 대화 기록
- 엄마가 아프면 찬이는 어떻게 엄마 간호해줄꺼야?
- 약 먹고 나서 새콤달콤 레몬맛 챙겨줄거야. 마라탕 엄청 먹고싶어해도 못 먹게 할거야. 도리토스 먹으면 배 아프니까 못 먹게 할거야.
코맹맹이 소리로 이야기 하는 너의 모습, 아직도 너무 귀여워.



#2.

아이가 쉬는 동안 나는 책을 읽는다.
아이패드를 구매한 이후, 독서하면서 자유롭게 메모하고, 내 생각을 더 자주 글로 남기게 된다.
올해 목표는 배워야 한다는 압박감에 지식을 내 머릿 속에 때려넣는 것보다는,
조그만한 지식이라도 나 스스로 생각하고 생각해서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어려운 책을 읽고있다, 혹은 오늘도 쉬지 않았다라는 행위나 마음으로 나는 나아가고 있어라고 나를 속이는 것보다는,
짧은 문구 하나에도, 내가 좋아하는 그림 한 장으로라도 나의 느낌과 생각을 잘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공부고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단 숨에 써지지 않아도 불편하고 약간의 어려움을 느낀다면 그 순간이 진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꼭 성장이 아니어도 된다.
이렇게 고요한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향을 맡으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