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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고 싶어 떠난 여행 - 발리

2024-02-02 발리 떠나기 하루 전 쉬는 날

by 눈 부시도록 빛나는 2024. 2. 22.


안식 휴가가 시작되었다.
민찬이는 친구들과 생일 파티를 하러 나갔다. 발리에서는 친구들의 축하를 받을 수 없다며 파티를 일찍 열어달란다. 엄마는 카드만 달라며 자기 생일이니까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는..

만찬이 다 컸네, 다 컸어.
덕분에 나는 집에서 다 못싼 짐을 챙기며, 떠나기 전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엄마랑 이모랑 초밥을 먹으러갔다. 오랜만에 셋이 함께 한 점심. 엄마도 이모도 이렇게 가까운 곳에 사시니, 자주볼 수 있어 참 좋다.

이모란 존재는 참 묘하다.  제 2의 엄마나 다름 없다.
여행 간다고 용돈도 챙겨주시고, 잘 다녀오라고 응원도 해주고 아프지 말고 먹는 거 잘 먹으라고 걱정도 해주시고.
엄마랑 이모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내 옆에 계시면 좋겠다.
오랜만에 셋이서  함께 점심 먹고 커피를 마시는데 그렇게 느긋하게 수다 떠는 시간이 어색했다. 재택 기간 때 이모랑 엄마랑 같이 점심을 먹곤 했는데 다시 근무하러 서둘러 복귀하는 상황이 익숙했던 터라 이모가 빨리 들어가봐야하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나보다 더 시계를 보셨다.
나도 스타벅스에 공부하러 간 게 아니라 목적 없이 수다를 떨 수 있는 그 시간이 어색하지만 참 좋았다. 헤어지고 집으로 자전거 하고 돌아가는 길, 안식월이 시작된 이 첫 날부터 참 여유롭고 평화로웠다. 찬 공기와 일상적인 풍경조차 아름다운 날. 여행 전 설레임이 극대화되는 순간이다. 주변에서 부럽다며 잘 다녀오라고 해주는 말들이 쌓이고 쌓여 바쁜 일상 속에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벅찬 기쁨이 넘쳐올랐다. 내가 누군가와 부러움을 이렇게 같이 받아본적이 있었나 싶다. 이렇게 누릴 수 있는 행복함을 맘껏 누려야지, 누구보다 야무지게 쉬고와야지. 평생동안 간직할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