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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고 싶어 떠난 여행 - 발리

2024-02-25 슬로반 비치 석양보기

by 눈 부시도록 빛나는 2024. 3. 4.

 

모두들 석양을 보려고 극장에 영화를 보듯 하나둘씩 몰려들었다. 석양 맛집으로 유명한 싱글핀은 이미 젊은이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아 앉을 곳이 없었고, 나는 계단을 더 내려가 또 다른 바로 들어갔다. 곧 영화가 시작할 거라 모두들 좋아하는 술과 음료를 시키고 하늘이 빨갛게 물들기를 기다린다.



조용했던 카페는 분주히 커다란 스피커를 준비하고, 귀와 심장이 울릴만한 음악이 퍼진다.
나는 석양이 발라드나 잔잔한 팝송만 어울리는줄 알았는데 이렇게 절로 몸이 움직이는 음악도 색다르다.
친구가 생각난다. 이 곳에서 음악의 비트에 맞춰 어색하게 그루브를 타며 좋아했을 그녀가 눈에 선하다.



해지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하늘의 여러 높이에 떠있는 구름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았다.
마치 천국으로 가는 계단처럼 보이기도 했고, 앞에 가린 구름을 걷어내면 세상 무해한 것들이 모여 놀고 있는 유토피아가 펼쳐져있을 것 같았다.


하늘이 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구름에 가려 석양을 보지 못했다.

잠깐 구름 사이로 새빨갛게 물든 동그란 태양의 일부만 십여초 봤을 뿐이다.


석양은 보지 못했지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내 눈에 한 가득 하늘이 담겨있다.

천체박물관에서 돔 형태의 천체관측실에 들어가 별자리를 구경했던 때가 떠오른다. 위를 바라보면 바다와 하늘 밖에 안 보이는 이 극장이 너무 마음에 든다.

 


결국 울루와뚜의 마지막 밤에도 석양을 보진 못했지만, 울루와뚜를 다시 찾을 이유가 되었다.
다음에 다시 찾겠다란 약속을 받아낸듯 하늘은 금세 까맣게 변해버렸다.
다음에 발리를 찾을 때는 사랑하는 남편과 꼭 발리의 석양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