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말해서 그림의 위대한 아름다움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음에도 이미 그것을 충분히 경험한 것이다. 그때는 내가 느낀 감상을 말로는 분출할 수가 없었다. 사실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었다. 그 그림의 아름다움은 언어적인 것이 아니라 물감과도 같이 과묵하고 직접적이며 물체적이어서 생각으로 번역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듯했다. 그래서 그림에 대한 나의 반응은 새 한 마리가 가슴속에서 퍼덕이듯 내 안에 갇혀 있었다. 그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늘 어려운 일이다. 이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 밀리의 서재
https://millie.page.link/uQ4i619rP7xqgXXJ8
어떻게 작품을,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지 잘 모르겠다라는 작가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내가 계속 보고 싶은 미술 작품들, 뭔가 경이로움이 느껴지는 작품들 -
그렇지만 내가 아는 어휘 내에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몇 되지 않아 마냥 '좋다'라는 말로 밖에 할 수 없던 나의 이야기 같았다.
이 책을 보다가 문득 12여년 전 방문했던 메트로폴리탄에서 내가 찍어줬던 사진을 한번 다시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잘 모르지만, 지금 보다 더 미술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적었던 시절,
나는 어떤 그림들을 좋아했을까?
그때 다시는 못 올 것 같은 그 순간들과 그 그림들이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대느라 바빴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사진으로 남기는 것보다 내 눈과 감이 더 집중하면 좋았을 것 같다. 사진을 인터넷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는데..
내가 10년전에 어떤 그림들이 인상깊어서 카메라에 담아왔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때는 작품의 디테일이나 설명을 꼼꼼히 보는 대신 하루 동안에 많은 작품들을 최대한 많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집에 가서 작품 공부하고 다시 감상해야지' 하고 찍어놓고선 아직까지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
이 책을 시작으로 캐캐묵은 사진첩을 다시 열어보게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카라바조의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혹시 메트(Mat,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애칭)에 카라바조 작품이 있었나 검색해봤다.
정말 메트에 카라바조 작품 몇 점이 있었고, 그 당시엔 카라바조를 몰라 원작을 제대로 보고 오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437986
내가 찍어둔 사진을 살펴보다, 어라? 이거 카라바조 작품 아닌가? 내가 이 때도 카라바조 화풍을 좋아했구나 싶어 작품 설명을 보았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카라바조 작품이 아니라, Georges de La Tour라는 프랑스 화가의 작품이다.
당시 유행하는 카라바조의 화풍을 따라 그린 건가 싶었는데, 이 그림에는 작가가 살던 프랑스 북동부 지역 이름이 적혀 있어 카라바조와는 별개로 그가 개발한 화풍일 수도 있다라는 가능성도 있다 했다.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436838
사진첩을 하나씩 펼쳐보며 궁금했던 작품들을 다시 한 점 한점 살펴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내가 마음에 드는 작품의 작품명과 설명을 같이 찍어두어서 홈페이지에서 검색하기 쉬웠다.
The Supper at Emmaus (엠마오의 저녁 식사)라는 작품 설명을 읽다보니, 이 작품에도 카라바조의 이름이 나온다.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437871
당시에는, 아니 지금까지도 잘 몰랐는데,
난 꽤 오랜 시간동안 카라바조와 같이 사실적인 묘사를 선호했나보다.
이 밖에 내가 두고두고 보고싶은 그림들 저장!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437877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438158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435997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435908
이 사진은 메트 박물관에서 숙제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다.
아이들끼리 올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메트 박물관이 있다는 건 그들에겐 큰 행운이라는 것은 그들은 모를 수도 있겠다.
동네 시장에 방문해 사회 숙제를 하듯,
거장의 작품들을 직접 보고 미술 숙제를 하는 어린 친구들이 참 부러워 찍어두었던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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